처음에는 아이가 ADHD인거 같아서 내원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상담 받아보자는 생각으로 가게되었고, 지금은 약물치료를 6년째 받고 있는 중입니다. 건망증때문에 시험을 보면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많이해서 공부한 만큼 점수가 안나오고, 물건을 정말 정말 잘 잊어버리고, 공부하기 위해 오래 앉아있지못하고, 쉽게 욱하는 기질이 있고. 그런데 아이가 약 복용하면서 드라마틱하게 달라졌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딱 진단이 된건 아니고, 여러차례 상담도 받고, 약도 바꿔가며 치료 반응 보고 그렇게 해서 진단 받았습니다. 부모가 조급하게 생각하면 안되고 인내심가지고 치료에 임해야할 같아요.
그런데 진짜는 중요했던건 저희 부부인데요 저희 부부는 크게 싸워서 심각한 상황까지 가는일이 자주 있어왔었죠. 남편 손에 이끌려 부부심리상담을 받아보기도 했었는데, 상담 받을때만 잠간 근본적인 해결은 안되어왔습니다. 그러다가 혹시나 해서 아이 치료받는 병원이니간 부부 상담도 한번 받아보자 했습니다. 그런데 몇차례 상담과 검사후에 의사 선생님께서, '제가 불안장애가 있어서 갑자기 과격하게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게되는거라'고 약을 복용해보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처음에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고 인정하기 싫었고, 정신과 약에 대한 거부감때문에 복용을 안했습니다. 그렇게 몇개월 지내다가 남편과 관계가 너무 안좋아지니간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결국 약을 복용해보기로 했습니다. 선생님이 간단하게 약 1알이고 부작용도 거의 없고 많이들 복용하는 약이라고 해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 1달정도 지나니간 짜증도 줄고, 화도 줄고 안정이 되더군요. 자연히 남편과 다툼도 줄고요. 남편도 신기하다고 저보고 달라졌다고 하구요. 그 이후로 직장에서 업무 능력도 좋아지고, 평가도 좋아지고, 인정받게되면서 승진도 하게되고, 지금은 남편이랑 사이가 너무 좋습니다. 가끔 둘이서 '와 그때 약복용 안했으면 지금 어떻게 됐을가?'하고 웃으면서 이야기 나눕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의사 선생님께서 이게 유전성향이 있을수 있다고 아마도 친정 어머님도 비슷한 문제가 있을거라고 하시더군요. 잘 생각해보니 엄마도 어렸을적부터 아빠랑 많이 다투고 비슷한 성향이 있었던거 같더라구요. 그래서 엄마를 병원에 모셔오려고 했는데, 처음에는 완강히 거부 하시더군요. '누굴 정신병자로 아냐'면서. (옛날 분들은 정신과 진료 받는거에 안좋은 인식이 있다보니) 그래서 6개월 정도 지나서 제가 치료받고 얼마나 좋아졌는재, 다시 말씀드리고 설득해서 병원에 모시고 오는데 성공했습니다. 엄마도 비슷하게 불안장애와 우울증이 같이 있으셔서 약 2개를 처방 받으셨는데 1달 지나니간 신기하게 너무 상태가 좋아지시더라구요. 잠도 잘 주무시고 주변 사람들도 만나고 활동도 늘으시고, 무엇보다 아버지하고 관계가 좋아지셨어요. 남편이 저한테 달라졌다고 느끼는거처럼, 아빠도 저희 엄마가 너무 달라졌다고 좋아하시다라구요.
근데 또 여기서 끝이 아니라... 이번에는 제 동생을 병원으로 데려왔습니다. 동생은 직장일로 너무 힘들어했습니다. 예전부터 '힘들다 힘들다' 하긴 했었는데 언제부터는 진짜 죽을거 같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큰일 나겠다 싶어서 정신과 진료를 권유했죠. 동생은 저와 엄마가 약복용후 상태가 좋아진걸 보고 난후라서 병원에 데려오는게 쉬웠습니다. 동생도 어려서부터 불안장애가 있었고 약 1알 처방 받고, 가끔 수면 보조제로 2알 복용할때 있는데, 동생 역시 삶이 달라졌습니다. 직장 잘다니고 주변에서 인정받아 승진도 하고....
이렇게 3가족의 삶이 달라졌습니다.
처음에 발을 디딪는게 중요한거 같아요. 다들 거부감때문에 안오려고 하죠. 일단 가볍게 상담한번 받는다는 생각으로 오는게 중요한거 같습니다. 처음에 검사비, 상담비용이 좀 들어가는데(진단을 해야해서) 그 다음 부터는 2,3만원이면 상담하고 1달 약처방이 되구요. 치킨 1마리 가격으로 이렇게 1달간 치료 받아도 되나 싶을정도라... 처음에 검사비용도 인생이 바뀐거에 비하면 전혀 비싸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이 말씀하시기로, '유럽 같은데는 정신과 의사 진료 받기가 힘들고, 받더라도 부작용 적은 좋은 약은 비싸서 잘 처방 안해주고, 미국같은데는 정신과 치료 받는 비용이 한국에 몇배라서 부자가 아니면 제대로된 정신과 치료 받기 힘들고, 한국이 세계에서 제일 저렴하게 효과 좋은 치료를 받을수 있다'고 하시더군요.
제가 너무 효과가 드라마틱한듯이 좋게만 쓴거 같기도 한데... 친정 엄마나 동생은 제가 이미 진단이되서 힌트가되어 빠르게 진단 처방이 되었는데, 저 같은 경우는 중간에 약을 바꿔본적 있고, 중간 중간에 사연이 있어요. 치료가 왜 빨리 안되냐 조급해하기보다, 인내심을 가지고, 상담을 통해 치료 반응을 잘 살피고, 본인에게 맞는 약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한듯해요. 한번에 뚝딱 진단되고 치료되는 경우는 드문걸로 압니다. 그래도 그렇게 해서 인생이 바뀌게된다면 얼마나 다행입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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