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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호 원장님 신문칼럼

제목[원장님 신문칼럼] 정신건강에 대한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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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신건강에 대한 오해와 진실

데스크승인 [ 3면 ] 2013.01.04김준호 | mdjuno@naver.com

 

김준호
휴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필자는 2001년부터 정신과 의사로서 진료를 해왔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지금에 비해 엄청난 정신과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존재했던 것 같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대학병원 근무 당시, 내과 교수님으로부터 한 암환자의 우울과 불면 증상에 대해 정신과 협진의뢰를 받고 병실로 찾아갔다. 정중하게 정신과 의사라고 신분을 밝히고 상담을 하려는 순간, 환자와 보호자가 얼굴을 붉히며 “저희는 정신과 진료 안 받아요. 그냥 암 때문에 힘들 뿐인데, 왜 정신과 진료를 받으라고 하는지 모르겠네”라고 화를 내 진료를 하지 못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물론 2013년 현재는 정신과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많이 사라져 정신과 치료를 받으러 오는 환자도 많이 늘어났다. 병원에 내원한 환자나 보호자로부터 “정신과에 원래 사람이 많은가요? 저는 정신과 진료에 대한 편견 때문에 오지 못했어요”라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유명 연예인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당당히 밝히기도 하고, 고위직 인사청문회에서 정신과 진료 기록이 밝혀져도 이 때문에 자질이 없다고 비난하던 국회의원이 오히려 비난을 받게 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나’ 혹은 ‘내 가족’만 아니라면 친구나 지인들이 힘들어할 때 정신과 진료를 권하는 분위기도 조성이 됐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아직도 ‘나’ 혹은 ‘내 가족’에 대해서만은 정신과 진료를 꺼려하는 것 같다.

그래서 현재까지 남아있는 정신건강에 대한 오해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남자 아이가 정신과에 가면 진료기록이 노출돼 군대에 가지 못하고, 여자 아이는 결혼을 할 때 불이익을 당할까봐 걱정해 치료시기를 놓치고 증세가 악화돼 병원에 오는 경우가 많다.

정신과 진료기록은 사생활 보호를 중요시하는 의료법에 의거해 본인의 동의 없이는 열람할 수 없다. 따라서 군대를 가지 못한다거나 결혼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발생할 수 없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오히려 군 신체검사 때 본인이 스스로 정신과 진료기록을 밝히거나 병사용 진단서를 제출해 3급이나 4급 혹은 면제를 받게 되는 경우도 있다.

취직 시 불이익에 대해서도 걱정을 많이 하는데 정신과 진료기록은 공무원 시험에서조차 국가도 마음대로 열람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진료 경험자가 공무원에 합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정신과 약을 한번 복용하기 시작하면 중독돼 평생을 먹어야 한다고 오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 역시 잘못된 생각이며 조현병(調絃病)과 같은 심각한 질병에 걸렸더라도 2~3차례 재발을 할 뿐이고, 아주 심각한 경우에만 평생 치료를 권한다. 우울장애나 불안장애, 불면증과 같은 경우에는 치료를 통해 증상을 빠르게 호전시켜 관해(寬解) 상태로 6~8개월 이상 유지, 치료를 한다면 그 이후에는 약물 치료를 중단하고 일상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다.

‘현대인들은 누구나 정신과적 문제를 갖고 있어 정신과 질병은 자기 의지로 고쳐야 하며,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은 자기 의지가 부족한 것’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는 분들도 많다. 특히 40대 이상 연령층에서 그런 생각들을 많이 한다. 우울장애, 공황장애, 강박장애, 범불안장애와 같은 정신과적 질병들은 심리적 문제이기도 하지만 뇌의 병이기 때문에 약물 치료나 경두개자기자극술과 같은 생물학적 치료와 심리 치료를 병행해야 효과적이다.

마지막으로 정신과 진료를 받으면 보험 가입이 어렵다는 걱정을 가장 많이 듣게 되는데 정신과 질환 중 상당수는 수개월 이상 진료를 받아야 하므로 외과 수술이나 내과의 만성질환처럼 보험을 가입하는데 조건부 가입이 이뤄지거나 진료 종료 후 3~5년이 지나면 보험 가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현재 일상생활을 방해하는 정신과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며 병을 내버려 둘수록 악화되고 더욱 더 많은 합병증이 생길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오랫동안 지속돼온 개인적 고민이나 가족 내 문제가 존재한다면 걱정만 하지 말고 과감하게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해 보는 것을 제안한다.

 

[이 게시물은 휴원장님에 의해 2013-06-15 10:50:22 공지사항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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